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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립: 국내: 제주: 서울사람이 찾아간 제주 맛기행

3. 한국의 맛/맛집 기록

by Patti Kim 2020. 5. 2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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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팅은 2020년 2월 중순, 코로나로 인한 항공기 탑승 제한이 없을 시기에 다녀온 후기이다.)


정확히 2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에서 
짧지만 값진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일본에 체류하는 관계로, 이번 일정은 일본 도쿄-> 제주-> 서울 -> 도쿄로 돌아오는 계획이었다.


#01 . 난생 처음



나리타 공항에서 저가항공 티웨이를 이용했다.
나리타공항이 이렇게 한산한 건
생전 처음 본다.

나리타 국제공항 제2터미널이 이렇게 한산한 건 생전 처음 봤다. ​


 

인천공항에서는 무조건 PP카드로
스카이허브라운지에 들려 무료 식음을,
나리타공항에서는 무조건 생맥에 감튀.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2년만의 제주 공항.

비행기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건물로 들어섰다.



폐쇄된 버스 안.

누군가가 마스크를 하지 않고 

소매로 입을 가리지 않고 "콜록콜록"을

토해냈을 때의 사람들의 눈초리가

참으로. 매서웠다. 




오늘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 여러 번이다.

검역장에서 줄을 이리 길게 섰던 적이 있던가.

제주공항은 사람도 별로 없는데 40분.



중국에서 오신 분을 집중 단속하는 듯 보였는데

"중국인 계세요? 중국사람 중국사람"

을 한국어로 외쳐대시는 직원분들에 새삼 놀랬다.




평소에 빠르게 지나치던 검역에서 40분을 대기했다.


제주공항에서 출국할 때 본 전광판.
입국할 때도 있었는데 내가 못 본걸까.

난해했다. 출국장에 위치한 Hello, Jeju 







#02 . 이동



101번은 제주동부를,

102번은 제주서부를 크게 도는 버스란다.



지인이 픽업 오기로 한 한림터미널까지 102번을

이용했다. 환전을 하지 않은 나는

한국에서 돌아 올 때마다 주머니에 한 두알 남아 있던 왕방울.

500원 동전을 박박 긁어 주머니에 담아 온

4,500원이라는 한화를 만지작 거렸다.



다행이다. 버스에서 카드결제가 된다.

뭔가 아직도 현금만 받는 곳이 많은 

일본에 있다 보니 이런 사소한 것도 

신기하고 편리하다.

제주공항에서 제주 서부로 이동이 가능한 102번 버스 시간표 




#03 . 겨울제주



15도의 이상고온 겨울을 겪고 있는 도쿄에서
한국을 찾으며 가졌던 걱정 하나는 "추위"였다.


다행히 12-14도를 웃도는 제주 날씨에
입고 왔던 옷 그대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대신 한 두어 시간 있다 보니,
왼쪽 눈이 시큼한 게 미세먼지 덕분인가 싶었다.
머무는 내내 비가 내린 제주였지만, 나는 그저 나름의 겨울이 주는 운치와 차분함이 있어 좋았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다 말다를 반복했다. 금릉해변 근처  





#04 :  맛집 ​

이번 제주여행 목적은
작년 여름 지인이 문을 연 책방에 들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계획도 찾아봄도 없이 무작정 항공권만 출발 일주일 전 쯤 구매하고,
제주 이주 1년차 지인분들이 이끌어주는 식당에 도전을 함께 시도했다.

육고깃집

포스팅이야 다시 깨알같이 하겠지만  

등심 덧살? 갈비근고기? 낯선 부위명들에 놀라고
돼지고기는 추가 주문이 되지 않음에 놀라고

지속적으로 숯불을 갈고 고기에 대한 설명을
멈추지 않는 투철한 직원분들의 
서비스 정신에 놀라고
또 궁극적인 고기 맛에 놀랐다.   

@육고깃집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중앙로 34   


록다미식당



주인 아저씨 아들 이름이 백록담의 <록담이>라고 언뜻 들었다. 

촌스러움과 개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의 식당 <록다미식당>
터질 거 같이 부른 배로 맥주나 가볍게 한 잔 마시며 2년 간 묵힌 수다를 떨러 들렀는데,
배가 부르다며 주문한 먹태 한 접시를 게 눈 감추듯이 털어 먹었다.

분위기가 우선 편안하고. 그렇다고 너무 조용하거나 삭막하거나 과하지 않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2년만의 회포를 풀기에는 적당했다.

​ 록다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14길 3

 


한림칼국수

'해장에 칼국수' 

생전 처음 듣는 말이었다.
가게 내부에 떡하니 ‘닭칼국수가 해장에 좋다’고 기재되어 있어 닭칼국수와 보말칼국수를 주문했다.



양이 푸짐했고, 가성비가 좋었으며(8,000원), 맛도 괜찮았다.
보말칼국수가 시그니처 메뉴라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매생이나 바다내음이 물씬 나는 해조류에 온 몸이 "싫어요"를 외치는 탓에 나는 닭칼국수를 시켜 지인과 나눠 먹었다.



바다 냄새가 심하지 않았고, 매생이도 너무 걸쭉하거나 입에 붙지 않아 술술 넘어 갔다. 칼국수 드링킹이라고나 할까. 매생이를 못 먹는다던 나는 매생이 씨를 말릴 뻔했다.

​어릴적의 내가 매생이를 못 먹었다는 걸, 이제는 증명할 방도가 없다.

어른의 나는.
이제 뭐든 잘 먹나 보다.
이렇게 또 나를 알아간다. ​


한림칼국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해안로 141


제주생막걸리​

핑마. 일명 핑크막걸리인 제주 생유산균막걸리는 제주도 땅을 떠나면 바로 떠오르는 묘한 매력이 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막걸리가 절실한데
회를 먹을까 해서 모슬포항에 들렸거늘
코로나 바이러스의 역파인지 문을 연 수산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문을 연 곳들도 수족관에는 방어만 잔뜩.

어쩌지? 하던 찰나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던 모슬포해물전 가게가 보여 모듬전을 포장주문하고
막걸리 몇 병 사서 호텔 방에서 빗소리에 막걸리를 곁들였다.

맛집은 아니기에 주소를 굳이 달지 않겠다. 





#05 가볼만한 곳
​  
예전에 
친구들이 판포리에 민박을 운영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며칠 제주에 와 있는 동안 스치듯 봤던 <서쪽가게>에 들렀다.



이효리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이슈가 되었다고 하던데, 
구경할 거리가 정말 많다. 아이디어도 독창적이고 유니크한 디스플레이와 MD가 마음에 든다. 

살 거리는. 
사람마다 취향이 꽤나 다르다.

내게는 굳이 하하하.




이번 여행의 목적이 되었던

#책방소리소문



십여 년 동안 책방을 운영한 지인 부부가

생애 첫 책방을 제주 서쪽, 상명리에 열었다.






책이 좋아 글도 쓰고 책도 팔고

책도 소개하는 지인 부부의 공간은

화려함은 없지만 마음의 정화가 된다.



오랜만에 한글이 가득한 책들을 원 없이 읽었다.



#06 해변


협재, 중문, 금릉.

다는 아니어도 몇 군데 제주의 바다를
여지껏 구경하면서
바다마다 온전히 가지고 있는 매력의 다름을 느꼈다.

얕고 새파란 금릉해변 




비오는 날, 제주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산방산 




송악산 산책길을 처음이었다.
철학자의 길처럼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




"이제 사람들이 올레길은 안 가나봐요?"

라고 지인과 얘기하면서 내려오는 길에 팻말이 보였다.

​ :올레 산책길 15: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송악산자락 

숙박은 라온호텔&리조트에서 2박을 이용했다.

지인과 외부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 것도 있고, 이곳 조식이 그리 괜찮지 않다고 들었기에 조식 불포함에 숙박만 이용했다.

평일 비수기에 2박에 8만원도 하지 않았는데 비양도가 정면으로 보이는 오션뷰에 발코니도 있고, 큼지막한 숙소가 가성비로 만족스러웠다. 사실 시설이 굉장히 낡아서 최근 여행으로 다니면서 겪었던 디자이너호텔이나 리모델링, 신축 호텔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지만 가성비로는 최선이었다. 예약 전에는 몰랐는데 제주국제공항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셔틀버스가 있어서 시간만 맞추면 편하게 공항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바다전망의 호텔방에서 
비양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고 기뻐했는데,
떠나는 날 아침에야 모습이 보였다.
비양도를 품은 협재 바다도
성수기만 아니면 참으로 예쁜데 말이다.





#07 생각 



이번 여행에서 참 잘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고 돌아와서 좋았다.



돈과 명예, 남에게 보여주기 식의 삶으로
잘 사는 것을 평가할 필요 없이,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꿈을 꾸고
그 꿈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나도 더욱 '잘' 살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생각을 고민하고 행동하고 
또 책임져야겠음을 다짐했다. 

사색을 하는 설정 샷이다. @송악산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건 

어른이 되어 

여기저기 치이고. 

또 많은 기로와 고민을 마주하며 지치는 순간에 

위로가 된다. 정말 값진 일이다.



그렇게 나는, 

관광이 아닌 여행의 시간을 보냈다.






근 몇 년을 겨울에만 방문했던 제주라 내 기억에 제주는 회색빛이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바라본 들판에
노르스름하게 유채꽃이 피기 시작했던데,


다음에는 봄이나 여름에도 한 번 가고 싶다. 제주.

꽃피는 봄을 고대하며 하르방 옆에 동백꽃을 그려보았다.  


제주의 48시간 짧은기록은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KYB4TCl3c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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