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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립: 국내: 홍성: 서울사람이 찾아간 홍성 맛기행

3. 한국의 맛/맛집 기록

by Patti Kim 2020. 5. 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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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의 계절이 지나갔으니, 이제는 새조개다."

(참고로 이 포스팅은 1월 말에 작성되어 새조개가 제철인 당시 작성되었다.)


새조개의 계절이 돌아왔다며, 지인은 이미 2kg나 택배로 주문해서 집에서 한 솥 끓여 먹었다고 했다. 조개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나이를 먹어가며 슬슬 조개구이나 회에 눈을 뜨고 나니 육고기보다 해산물을 선호하게 됐다. 아무래도 소화기의 기능 저하가 문제인듯 하다. 

새조개 철이니 홍성 가서 새조개나 진탕 먹고 오자는 얘기를 지인들과 요즘들어 자주 하다가 여자 셋이.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서울에서 홍성으로 짧지만 알찬 1박2일 맛기행을 떠났다. 

가는 날이 장 날이라나. 
마침 우리가 가는 날이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의 개막일이었다. 
축제에 의의를 두지 않지만, 뭔가 시기가 잘 들어 맞는다면서 설렜다. 

모두의 주말은 소중하므로. 
일정은 금요일 오후에 떠나 토요일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오는 것으로 정했다. 그런 일정에 맞추어 일행 모두가 금요일 반차를 냈다. 순전히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였다.

숙소 찾기(feat. 발품)
바로 짐을 풀고 시원하게 소주 한 잔에 새조개를 털어 먹고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고자, 식당이 가까운 곳에 숙소를 찾았다. 
온라인 숙박 예약 어플이나 웹사이트 상에는 남당항에 위치한 숙박 업체가 거의 없었다. 온라인에 등록되지 않은, 시골의 작은 모텔들이 현지에 가면 많을 거라고 했는데 역시나다. 여자 셋이 시골 모텔방에서 하루를 보냈다는 얘기에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웃는다. 

바닥이 펄펄 끓는 온돌방이, 주말 요금을 받는 금요일에 고작 6만원이라니. 
남당항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짐을 넣어두고는 바로 식당가로 향했다. 새조개나 쭈꾸미의 가격은 모든 식당이 동일하다고 하니, 식당 선택의 관건은 상차림 메뉴였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유독 만중이네에서 택배로 주문해 먹었다는 새조개 관련 포스팅이 눈에 띄는데, 만중이네도 식당가에 보통의 가게 중에 하나였다. 


새조개/쭈꾸미 샤브샤브
새조개
새조개는 12월부터 2월 사이에 잡히는 것이 알이 굵고 맛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단백질과 철분, 타우린이 풍부하며 샤브샤브로 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식당을 정하지 못해 숙박업소 사장님께 여쭤보니, 가게 명함에 본인 이름을 적어주시며 이걸 가게에 가서 보여주면 잘 해주실 거란다. 
남당항 회센터 2층에 있는 <갯마을수산>이다. 
상차림 음식이 모두 맛이 좋았다. 해삼멍게굴과 피꼬막 회가 있었다. 피꼬막은 처음 맛 보았는데, 피가 철철 흐르는 비주얼에 반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간이 세지 않고, 조미료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아 개인적으론는 만족감이 높았다.
 

 


서울에서 온 여자애들이 더럽게 시끄러우면서 반찬을 몇 번이고 리필하고 샤브샤브 육수와 야채를 계속 더 달라고 하니, 이건 뭐. 새조개와 쭈꾸미를 각각 한 판씩 끝내버리는 거대한 식욕을 보여줬다. 포스팅을 작성하며 다시 생각해 보니 분명 나의 모습은 진상이었다. 

새조개는 30초 정도를 샤브샤브 냄비에 넣어 살살 저어준 뒤 꺼내어 먹었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벌린 정도의 길쭉하고 꽤 실했다. 조개러버가 아닌 내게 바다향이 강했고, 일행은 꽤나 만족했다.

새조개 샤브샤브와 페어링은 충청도 소주라는 오투린(O2린). 일반 소주보다 산소가 3배 많아 30분 술이 먼저 깬다는데, 먼저 술을 깨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로컬주를 맛보고 싶어 마셔보았다. 깔끔하니
청하 수준으로 청아한 맛이다. 담백하고 시원하고 깔끔한 샤브샤브 국물에 소주 한 잔에 이리 행복해 할 수 있냐며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새부리 모양을 닮은 새조개


 
후반전은 쭈꾸미다. 가을에 인천에서 쭈꾸미 낚시 배를 탔음에도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그 쭈꾸미.
힘이 굉장히 세다. 자신의 한치 앞을 내다본 건지, 빨판을 용기에 붙인 채 용기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통에 냄비로 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쭈꾸미를 냄비에 넣고 잠시 뒤에 머리와 몸통 사이를 가위로 째듯 칼집을 냈다. 먹물이 과하게 터지지 않도록.


생물이라 그런지 쭈꾸미의 살은 그 어느 때 먹었던 것들보다 연했고, 쫄깃했다. 철이 아니라지만, 암놈도 있어서 운 좋게 알이 꽉 찬 아이도 몇 마리 꿀꺽했다. 먹을 땐 몰랐는데, 글로 풀어쓰니 말이 참 잔인하다.

식당을 나와서 바로 뒷편이 남당항 바닷가라 저녁 먹고 바다 낭만을 즐기기에 좋았다.

 
[갯마을 수산(구)궁리수산]
궁리수산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866

 

홍성의 칼국수 맛집을 찾아서: 홍북식당


칼국수
 말만 많이 들었던 홍성의 명물 홍북칼국수에 들렀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밖으로 식당을 따라 쪼르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30여 분을 기다려서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하면 빨리 칼국수를 맛볼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그래봐야 몇 분 차이일 텐데 말이다.

자리에 앉자마 "빨간 거 3개요"를 외쳤다. 홍북칼국수의 메뉴는 단촐하다. 칼국수 매운 것과 맵지 않은 것, 그리고 살조개와 굴이 전부이다. 조개살과 굴은 칼국수에 잔뜩 들어가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오로지 칼국수 메뉴 하나에 집중한다는 게 느껴졌다.



식당 안을 둘러 보니 홀에는 총 7개의 4인석 테이블과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방에는 네다섯 정도가 보였다. 외식업 경력자들은 자리에 앉아 홀을 쓰윽 둘러 보고는 "테이블을 잘라야돼"라는 말을 동시에 뱉었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옛날식 큼직한 4인 테이블에 두 명씩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서울에 장사가 몹시 잘 되는 국수나 냉면 가게들은 한 테이블에 다른 일행의 손님을 합석시키기도 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아 더욱 식당 밖에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긴 게 아닌가 싶었다.
주문을 하고 십여 분이 지나 국수를 받았다. 

빨간 국물에 야채와 조개, 굴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 한 그릇(6,000원).




칼국수 면은 보통의 것보다 얇고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어머 양이 꽤 많다." "한 그릇 다 먹으면 배부르겠는데?"라는데 우린 밥을 달라고 하여 밥을 말아 먹었다.
밥은 무료로 제공된다.
더불어 이곳은 무와 배추 김치가 항아리 째 제공되는데, 그 무김치가 아삭하고 달콤하며 짜지 않아 계속 손이 간다. 식당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테이블이 많아져도 한정된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칼국수의 양이 정해져 있기에 지금의 속도에 맞춰 갈 수 밖에 없다.

지금의 그 충분히 훌륭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다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홍북칼국수]
홍북식당
충청남도 홍성군 홍북읍 홍북로 446

 

한 번 먹어 본 사람은 없다는 그 만두: 홍남만두


만두는 테이크아웃을 하기로 했다.
홍성 시내 한 켠에 차를 주차하고 이동했는데, 다른 볼일을 보고 마지막으로 만두를 사러 가기 위해 위치를 파악하니 바로 근처였다. 간판에는 40년 전통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40년이나 됐대요"라고 감탄하는 내게 일행이 "여기 저 간판을 90년대에 붙였댜"란다.
그럼 60년 전통이잖나. 김이 모락모락나는 만두가게 문을 여니 두 손 분주하게 만두를 빚으시는 아저씨와 빚은 만두를 쪄내기 위해 찜판에 나란히 놓고 계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강레오님도 오셨었군. @홍남만두 


고기야채만두(3,500원)와 김치만두(3,500원), 군만두가 있다는데 우린 일행 모두 각각 두 판씩 포장을 주문했다. 김치만두는 한 판만 남아 있는 상태라 바로 빚어서 쪄준다고 하셨다. 여유 있게 기다리지 않고 고기야채만두를 두 판씩 주문했다. 사실 만두는 뭐든 맛이 좋으니 소가 뭐가 들어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만두가 담긴 봉투를 들고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길에 갓 쪄낸 만두의 맛을 느끼고 싶다며 한 알 꺼내 들었다.
쫄깃하면서도 두텁지 않은 만두피 안에 촘촘하게 다져낸 양배추와 각종 야채, 다진 고기가 담백하다. 간이 세지 않아서 이 역시 내 입맛에 딱이었다. 자동차까지 걸어가는 게 5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푸드파이터처럼 끊임 없이 먹어야만 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엄마가 좋아할 맛이다.


[홍남만두]  
홍남만두
충청남도 홍성군 홍성읍 아문길52번길 3

 

플랫화이트: 가내수공업프로덕션


크림라떼와 플랫화이트
홍성에 힙하 까페가 있을까, 커피 한 잔 마셔야 하는데.

라며 인터넷을 검색해 찾은 <가내수공업프로덕션>.
내부는 넓지 않으나 천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다. 남성 두 분이서 운영하시는데 인테리어가 많지 않지만 곳곳에 웃음을 유발하는 귀여움과 재치가 엿보인다.
크림라떼와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찬찬히 까페 내부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요즘 많이들 한다는, 수제 캐러멜과 초코렛을 판매하고 있었다. 일행이 캐러멜을 구입해서 나눠 먹었다. 솔트와 아몬드 캐러멜.
캐러멜은 역시. 달다.

빼도 박도 못하는 남자 글씨 메뉴판 @가내수공업프로덕션 


  플랫화이트는 우유의 양이 생각보다 적었고 커피 향이 강했다. 
크림라떼는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 내는 크림 덕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평소에 맛보지 못한 특별함이 있어서 좋았다. 라떼 위에 크림을 얹고 솔솔솔 설탕을 뿌린 크림라떼. 모카나 마끼아또보다 덜 달면서도 당 떨어졌을 때 생각날 달콤함이 있었다. 
여유를 즐기고 싶었는데, 계속 밀려 들어 오는 사람들 덕에 괜히 일찍 자리를 나섰다. 

크림라떼 Vs 플랫화이트 @가내수공업프로덕션 



우리 빼고 대부분이 커플이었다. 홍성 데이트 코스로 들어가야 하나 보다.
[가내수공업프로덕션] 
가내수공업프로덕션
충청남도 홍성군 홍성읍 월산로50번길 1




그리고, 남당항 새조개축제

위치: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213  
행사내용:  
 - 새조개 잡기 체험  
 - 새조개 빨리까기 대회  
 - 품바공연  
 - 관광객 노래자랑  
 - 불꽃놀이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를 개막일에 다녀왔다. 매년 1월 말에서 2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새조개축제는 어린시절 추억이 돋는다. 21세기, 어쩌면 90년대에 태어난 젊은 친구들의 기억 속에는 전혀 없을 시골 축제 풍경이라 신선한 자극일 듯하다.
개막날에 가서 새조개를 먹었고, 품바공연을 즐겼다. 
이런 공연은 어릴 때 시골 장터에서나 봤을 법한 추억의 모습이었는데, 5-60대 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시기도 하고 돈 만원씩을 공연하시는 분들에게 찔러주기도 했다.
전체적인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게 또 새로웠다.

 




남당항에서 저녁을 먹고 2차라면서 치킨을 주문했다. 눈씻고 찾아봐도 유일무이한 치킨집 바다치킨, 숙소로 가는 길에 위치해 직접 식당에 들어가 주문과 결제를 하니 이십여 분 뒤에 배달해 주셨다. 시장 통닭도 아닌 것이, 일반 후라이드 치킨도 아닌 것이 꽤나 바삭하고 고소했다. "우리 두 마리 시켰나?" 할 정도로 반반 주문한 치킨이 어마어마한 양으로 제공되었다. 남당리 치킨으로 바다치킨은 정말. 바닷가에서 먹어서 더 맛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이 좋았던 건 부인할 수 없다. 

외상은 안된다는 남당항 유일무이 치킨집 바다치킨



금요일 오후 3시 쯤 서울 잠실에서 떠나서 토요일 오후 5시 쯤 사당역에 도착했다.
하루 이틀 일정으로 축제도 즐기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홍성8경(만해한용운과 김좌진 장군 생가, 궁리포구, 남당항, 홍주성과 여하정, 그림이 있는 정원, 용봉산)을 둘러 볼 수 있는 홍성 나들이. 그러나 맛있는 음식 먹느라, 찾아 본 홍성8경이라고는 고작 남당항이 전부였다. 또 만두와 칼국수를 먹고, 맛이 좋다는 고덕갈비까지 먹어야 하니 그 때는 둘러봐야겠다 홍성8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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