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잔 메뉴: 공평동꼼장어 본점
어지간해서 줄 서지 않고 먹을 수 없는 공꼼. 공평동꼼장어 종로 본점의 간략 이용기를 적어봤다.
<식당정보>
식당명: 공평동꼼장어 종로 본점
대표메뉴: 소금구이(1인분 12,000원), 돼지껍데기(8,000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 의정국로 29
영업시간: 평일 16:30-00:00, 토요일 16:00-22:30, 일요일 휴무
주차: 불가
결제: 현금/카드
문의: +82 2-738-1769
평일 저녁 무렵이 되면,
아직 남은 겨울의 쌀쌀한 기운을 녹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화롯가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술 한잔 기울이는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나에게 일 년에 두 세 번 정도는 불현듯 생각나는 숯불 꼼장어가 종각역에서 일을 마치고 나니 눈 앞에 그려지는 게 아무래도 오늘이 날인 거 같아 오랜만에 공평동 꼼장어 본점에 들렀다.
6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라 다행히 구석 자리가 비어 있었고, 오랜만에 기다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다. 봄 여름 가을이야 밖에서 지인들이랑 이십-삼십 분 가량 수다떨면서 기다리는 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콧물이 떨어지다 얼어서 코밑에 들러 붙을 정도로 추운 날에는 기다리는 식당은 매력이 떨어진다. 꼼장어를 즐길 때 쯤에 비닐 천막 밖으로 줄을 서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벌벌 떠는 사람이 내가 아니기에 숯불에 구워지는 꼼장어에 집중했다.
몇 년 만에 들른 것 같은데, 분위기가 사뭇 달라보였다. 지금도 허름하지만 나름 정돈 된 느낌이랄까.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조금의 세련됨이 생긴 것 같아 살짝 아쉬웠다. 아날로그는 아날로그의 갬성으로 남아주길.
꼼장어와 도시락(3천원, 벤또라고 적혀 있음)을 함께 주문했다. 메뉴에 짬밥이라고 표시된 것도 있었는데 음.
들어오는 입구 왼편에 열심히 메인 요리들을 굽고 계시는 직원 분 중 한 분이 십 분 정도 지났을 까 초벌로 구워 낸 꼼장어(1인분 기준 1만원)를 그릴 째 가져다 주셨다. 매콤하게 빨간 양념을 입고 숯불에 이미 그을린 꼼장어와 떡은 숯불에 살살 뒤집어가며 딱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니 침이 고였다. 겉에 수분과 윤기를 없애주고 나서야 맛을 보았다.
역시, 맛은 변하지 않았다.
도시락은 콩자반과 멸치볶음, 볶음김치, 추억의 전분 소시지, 계란 후라이와 별도 포장된 김이 제공되고 기호에 따라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든지 한 데 섞어 먹든지 알아서 먹으면 된다. 예전에 먹던 생각으로 김을 빼고 나머지를 전부 밥이 들어 있는 도시락 통에 넣고 나름 잘 섞이게 한다며 숟가락으로 대충 휘저은 다음 흔들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대로이다. 이런
사진을 미처 찍지 않았는데 같이 제공되는 아삭하면서 새콤한 백김치에 싸먹는 게 개인적으로는 참 좋다. 상추와 깻잎, 쌈무, 백김치와 양파가 곁들여 먹는 것으로 제공되고 꼼장어만 살짝 초장에 찍어 먹거나 곁들이는 재료들과 함께 하거나 어떤 조합에든 입이 즐겁다.
닭모래집도 역시나 바깥에서 한 번 구워져서 불판에 얹힌 채 제공되고 기름장에 빠진 마늘이 함께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긴 한데 돌이켜 보면 닭모래집이라는 메뉴는 주문해서 단 한번도 깨끗이 비워낸 적이 없다. 항상 남긴다. 이날도 역시 반 이상은 남겼다. 맛도 적당했고 느끼하지도 않았고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식감도 좋았느데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꼼장어만 열량이 적어서 그런지 기분 탓인지 꼼장어만 먹고나면 항상 부족함을 느껴 불판에 꼼장어가 셀 수 있을만큼 남게 되면 다른 메뉴가 적혀있는 벽을 쳐다보게 된다. 되지 껍데기, 돼지불고기, 갈매기살, 불닭발 등을 패스하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닭 똥집?"하며 닭모래집(1접시 1만원)을 주문했다. 개인의 식성 탓에 불닭발과 껍데기 빼고 다 먹어 봤지만 숯불에 구워서인지, 이 집이 맛이 있어선지 몰라도 먹어 본 음식들은 전부 내 입맛에 맞았다.
주차도 안 되고, 피크타임에 가면 무조건 기다림이 필요하고 식사를 하고 나오면 나름 비닐에 겉옷을 넣어 보관한다고 해도 입고 있는 옷과 머리에서 숯불구이 냄새가 가시지를 않지만 따뜻한 불 앞에서 술한잔 기울이는 분위기와 꼼장어 맛으로 충분히 들를 필요가 있는 식당이지 아닐 까 싶다. 이런 곳은 제발 다음에 들를 때까지 없어지지 말기.
본점 말고도 종각에만 공평동 꼼장어 1/2호점이 있고 예전 직장 근처에 4호점이 있어서 자주 들렸던 기억이 있다. 단골로 이용하는 메뉴는 꼼장어와 갈매기살, 닭모래집과 도시락! 이정도만 해도 부드러운 목넘김의 소맥 한 잔 가뿐히 털어 넣고 속이 뻥 뚫리는 투명한 그 소주를 한 잔 한 잔 채워 마시기엔 충분히 훌륭하고 맛좋은. 저녁에 더욱 빛나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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