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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종각 종로 꼼장어 : 꼼장어에 소주 한 잔하면 공꼼: 공평동꼼장어

3. 한국의 맛/맛집 기록

by Patti Kim 2020. 4. 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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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 잔 메뉴: 공평동꼼장어 본점

어지간해서 줄 서지 않고 먹을 수 없는 공꼼. 공평동꼼장어 종로 본점의 간략 이용기를 적어봤다.

<식당정보>
식당명: 공평동꼼장어 종로 본점
대표메뉴: 소금구이(1인분 12,000원), 돼지껍데기(8,000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 의정국로 29

영업시간: 평일 16:30-00:00, 토요일 16:00-22:30, 일요일 휴무
주차: 불가
결제: 현금/카드
문의: +82 2-738-1769

 

평일 저녁 무렵이 되면, 
아직 남은 겨울의 쌀쌀한 기운을 녹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화롯가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술 한잔 기울이는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나에게 일 년에 두 세 번 정도는 불현듯 생각나는 숯불 꼼장어가 종각역에서 일을 마치고 나니 눈 앞에 그려지는 게 아무래도 오늘이 날인 거 같아 오랜만에 공평동 꼼장어 본점에 들렀다. 

6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라 다행히 구석 자리가 비어 있었고, 오랜만에 기다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다. 봄 여름 가을이야 밖에서 지인들이랑 이십-삼십 분 가량 수다떨면서 기다리는 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콧물이 떨어지다 얼어서 코밑에 들러 붙을 정도로 추운 날에는 기다리는 식당은 매력이 떨어진다. 꼼장어를 즐길 때 쯤에 비닐 천막 밖으로 줄을 서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벌벌 떠는 사람이 내가 아니기에 숯불에 구워지는 꼼장어에 집중했다.

가을겨울에만 화로를 즐기지 않는다, 봄에도, 여름에도 비가 쏴악쏴악 내리는 서늘한 날이면 영락 없이 따끈한 불판과 숯불이 그립다.

몇 년 만에 들른 것 같은데, 분위기가 사뭇 달라보였다. 지금도 허름하지만 나름 정돈 된 느낌이랄까.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조금의 세련됨이 생긴 것 같아 살짝 아쉬웠다. 아날로그는 아날로그의 갬성으로 남아주길.


꼼장어와 도시락(3천원, 벤또라고 적혀 있음)을 함께 주문했다. 메뉴에 짬밥이라고 표시된 것도 있었는데 음. 

 


들어오는 입구 왼편에 열심히 메인 요리들을 굽고 계시는 직원 분 중 한 분이 십 분 정도 지났을 까 초벌로 구워 낸 꼼장어(1인분 기준 1만원)를 그릴 째 가져다 주셨다. 매콤하게 빨간  양념을 입고 숯불에 이미 그을린 꼼장어와 떡은 숯불에 살살 뒤집어가며 딱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니 침이 고였다. 겉에 수분과 윤기를 없애주고 나서야 맛을 보았다. 

역시, 맛은 변하지 않았다.

 도시락은 콩자반과 멸치볶음, 볶음김치, 추억의 전분 소시지, 계란 후라이와 별도 포장된 김이 제공되고 기호에 따라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든지 한 데 섞어 먹든지 알아서 먹으면 된다. 예전에 먹던 생각으로 김을 빼고 나머지를 전부 밥이 들어 있는 도시락 통에 넣고 나름 잘 섞이게 한다며 숟가락으로 대충 휘저은 다음 흔들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대로이다. 이런

사진을 미처 찍지 않았는데 같이 제공되는 아삭하면서 새콤한 백김치에 싸먹는 게 개인적으로는 참 좋다. 상추와 깻잎, 쌈무, 백김치와 양파가 곁들여 먹는 것으로 제공되고 꼼장어만 살짝 초장에 찍어 먹거나 곁들이는 재료들과 함께 하거나 어떤 조합에든 입이 즐겁다. 

 닭모래집도 역시나 바깥에서 한 번 구워져서 불판에 얹힌 채 제공되고 기름장에 빠진 마늘이 함께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긴 한데 돌이켜 보면 닭모래집이라는 메뉴는 주문해서 단 한번도 깨끗이 비워낸 적이 없다. 항상 남긴다. 이날도 역시 반 이상은 남겼다. 맛도 적당했고 느끼하지도 않았고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식감도 좋았느데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꼼장어만 열량이 적어서 그런지 기분 탓인지 꼼장어만 먹고나면 항상 부족함을 느껴 불판에 꼼장어가 셀 수 있을만큼 남게 되면 다른 메뉴가 적혀있는 벽을 쳐다보게 된다. 되지 껍데기, 돼지불고기, 갈매기살, 불닭발 등을 패스하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닭 똥집?"하며 닭모래집(1접시 1만원)을 주문했다. 개인의 식성 탓에 불닭발과 껍데기 빼고 다 먹어 봤지만 숯불에 구워서인지, 이 집이 맛이 있어선지 몰라도 먹어 본 음식들은 전부 내 입맛에 맞았다.

토실토실 닭 모래집을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그 찰지고 쫄깃한 식감은 술을 부른다. 술술


주차도 안 되고, 피크타임에 가면 무조건 기다림이 필요하고 식사를 하고 나오면 나름 비닐에 겉옷을 넣어 보관한다고 해도 입고 있는 옷과 머리에서 숯불구이 냄새가 가시지를 않지만 따뜻한 불 앞에서 술한잔 기울이는 분위기와 꼼장어 맛으로 충분히 들를 필요가 있는 식당이지 아닐 까 싶다. 이런 곳은 제발 다음에 들를 때까지 없어지지 말기.



본점 말고도 종각에만 공평동 꼼장어 1/2호점이 있고 예전 직장 근처에 4호점이 있어서 자주 들렸던 기억이 있다. 단골로 이용하는 메뉴는 꼼장어와 갈매기살, 닭모래집과 도시락! 이정도만 해도 부드러운 목넘김의 소맥 한 잔 가뿐히 털어 넣고 속이 뻥 뚫리는 투명한 그 소주를 한 잔 한 잔 채워 마시기엔 충분히 훌륭하고 맛좋은. 저녁에 더욱 빛나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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