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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청담 양고기맛집: 에이뿔램 (A+LAMB)

3. 한국의 맛/맛집 기록

by Patti Kim 2020. 4. 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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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특별한 날에 양고기 한 점

 
'미티퍼슨(Meaty Person)'.
고기러버를 한 층 더 뛰어넘는 수준의 육식동물은 항상 고기를 원했다. 유복하지 않은 집에 태어나 어릴 적부터 내 혀와 이빨이, 또 나의 위장이 적응한 남의 살이라고는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대부분이었다. 스물, 서른,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쪽저쪽 세상 경험이 늘어날 수록 고기에 대한 예찬은 커져갔고, 예전에는 혐오했던 소닭돼지 외의 육류에 대해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5년 전 쯤이던가.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개그 소재가 유행하던 대한민국에서 양꼬치를 파는 가게들은 우후죽순 생겨났다. 대학 시절 딱 한 번 동기의 성화에 이끌려 동대문운동장 어딘가 쯤에 위치한 양꼬치 식당에서의 기억 조각이 양고기에 대한 나의 보잘 것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서 배부르게 먹기에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양고기.
그래서 보통의 날에 아무렇지 않게 지인들과 "오늘 저녁 양고기 콜?"이라 쉽게 뱉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유복하지 않은 삼십 대이다.:)

 

<식당정보>
식당명: 에이뿔램
대표메뉴:A+ 양갈비(25,000원), 생등심(20,000원), 주물럭(15,000원)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102길 5, 2층

영업시간: 16:00-01:00
주차: 발렛가능
결제: 현금/카드
문의: +82 2-517-5188

 

삼십 대 중반부터는 아기자기한 까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보다는 아재느낌 폴폴 나는 고깃집이나 선술집을 찾게되는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나다. 흔한 말로 사람 냄새 나는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고 떠들고 웃고 즐기는 게 목적이 되는 모임이나 회식에서는 특히 그랬다. 그렇게 찾아다닌 식당들을 천천히 포스팅 해볼까 한다.

 

 

청담동에 양고기가 맛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모임을 가진 <에이뿔램>. 아저씨들이 즐겨 찾는 식당은 무조건 맛이 있다는 무언의 불문률이 존재하는 요즘 모든 테이블에 퇴근 길 아저씨들이 가득한 곳이어서 음식을 먹지 않고도 괜히 신뢰가 쌓이는 느낌이었다.

 

<에이뿔갈비(A+갈비/180g 25,000원)>, <생등심(150g 20,000원)>을 주문했고 직원분이 자리에서 직접 구워주셨다. 메뉴를 주문하고 나서 테이블에 제공되는 메뉴들이 양고기와 맛이 잘 맞을까 의아했는데 먹는 순간에 정말 감탄할 정도로 좋았다. 명이나물, 올리브, 콘마요, 양배추 샐러드, 양파 피클과 또띠아 였고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로 칠리와 씨겨자, 소금이 준비되었다.

맛: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그 맛

냄새가 전혀 안 나고 기름지지 않아서 좋았다. 대신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식감이 있어 좋았다. 갈비살을 먼저 먹고 뒤에 등심을 먹었는데 갈비살에서 이 보다 더 부드러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가 등심을 맛보고 정말 신세계였다.

고기와 함께 한 번 조리 된 통마늘과 싱싱한 오크라를 숯불에 함께 구워져  나오는데 곁들여 먹기에 좋다. 상차림 구성이 모두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한 편이여서 마음에 쏙 들었다. 

갈비와 등심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육즘은 비등하고 좀 더 쫄깃한 식감을 원하면 갈비, 씹는 맛을 즐기려면 등심으로 미세한 취향에 따라 선호가 갈릴 것 같은데 둘 다 정말 맛이 좋았다.

 

서비스

비는 직원분이 뼈와 살을 발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불판에 준비해 주시니 고기가 구워질 동안 어느 누구 고기 구워대느라 바쁘지 않아서 그게 마음에 들었다. 고기를 자르는 가위가 유독 잘 썰리는 느낌이라 나중에 등심을 구워주신 사장님께 여쭤보니 외과용 가위란다. 자세히 살펴보니 파키스탄제. 비정상회담에서 예전에 수술용 칼은 파키스탄 것이 유명하다고 자부하던 파키스탄 비정상의 멘트가 생각났다.

오크라와 통마늘 구이도 정말 맛있고, 테이블에 손이 가지 않는 게 없을 정도로 모두 깔끔하고 맛이 좋아 접시들이 계속 비어졌는데, 그 때마다 직원분들이 알아서 새로 더 가져다 주셨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사소했을 뿐이다.

물 잔이 아주 작아서 여러 번을 물을 따라 마셔도 부족함이 채워지지 않은 것과 테이블마다 위에 있는 흡사 우주선 모양의 조명이 달린 부담스러운 환기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조명 덕분에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맛이 좋은 음식들이 저품질 되어 보이는 게 옥의 티였다. 


품질 좋은 양고기와 기분이 좋아지는 서비스, 곁들여 먹는 메뉴들 대체로 깔끔하고 양고기와 조화가 잘 어울렸다. 구이와 더불어 전골메뉴도 많은 사람이 추천한다고 하는데 다른 장소로 옮기느라 이번에는 구이 요리만 즐겼다. 다음 번에는 전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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