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 당기는 날은 없다.
나는 항상 따끈한 밥과 국물이 그립다.
부대찌개
인생에서 부대찌개를 가장 빈도 높게 먹었던 때는 대학생 때였다.
이문동에 <동두천부대찌개>라는 식당에서 먹은 부대찌개의 양이 일개 소대의 한 끼 식사분은 될 거다. 공강이 맞는 친구들과 "오늘 뭐 먹지?"라고 물으면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 결국 입맛 없다던, 돈도 없던 거지들의 발걸음이 향했던 곳은 양도 많고 맛있다고 여겼던 부대찌개 식당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가에서 점심에 체인점으로 된 부대찌개 전문점에 들릴 때면 "어우, 가격대비 너무 양이 적다."라는 말이 나오기가 일쑤였다. 인생의 부대찌개라고 하면 이 외대 앞 <동두천 부대찌개>가, 또 강남역에 위치한 송탄부대찌개와 숙대 앞 털보네 있겠다.
스팸과 소세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염분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으로 칼칼함과 짭조름함으로 무장한 그 뜨끈한 국물이 나는 아직도 종종 생각난다. 일본에서 쉽게 부대찌개를 판매하는 식당을 찾을 수 있다. 한식당에 가면 판매를 하지만, 된장찌개나 순두부찌개가 나올 법한 아주 작은 1인용 뚝배기에 제공되는 부대찌개는 아무리 먹어도 한국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부대찌개를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
육수와 양념장, 그리고 김치와 소세지만 있어도 충분히 훌륭한 부대찌개가 된다.
조리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육수를 끓이는 냄비를 불에 올리고 양념장 만들기, 갖은 재료 썰기 순으로 진행하는 편이 좋다.
<부대찌개>
주재료: 소세지, 스팸, 김치 + 육수(멸치/다시마) + 양념장*
부재료: (옵션) 대파, 양파, 두부, 떡, 치즈, 청양고추, 라면사리
양념장: 고춧가루(2), 고추장(0.5), 간장(2), 다진마늘(1), 맛술(1) + 김칫국물(옵션)
조리시간: 30분 이내
육수는 내용물이 잠길 정도로 붓고, 중불에 끓여 주면서 부족하다 싶을 때 조금씩 더 넣어 준다. 양념장이나 김치의 맛에 따라 간이 셀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육수를 넣어 간을 맞춰주는 편이 좋고, 그렇기 때문에 육수는 넉넉히 준비하는 편이 좋다.
육수가 없을 때는 맹물을 사용해도 무관하나 감칠맛에서 탁월한 차이를 보인다. 부대찌개를 만들 때 하필이면 대파가 없어서 양파만 넣었고, 청양고추는 매콤한 킥을 위해 2개를 어슷썰어 넣었다.
순서 관계 없이 냄비에 모든 재료를 가지런히 담고 양념장, 육수를 넣고 끓여준다. 선택사항으로 떡이나 치즈, 라면 사리를 넣을 경우는 부대찌개가 어느정도 끓은 다음에 투척하는 게 낫고, 그럴 경우에도 육수를 추가한다.
중간에 쓸데 없는 소리인데,
삼양라면을 먹을 때 불현듯 부대찌개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국물에 소세지의 염분이 과감하게 퍼진 거 같아
라면사리를 투척했다.
*간혹 김칫국물도 정식 레시피인듯 넣으라고 되어 있는 부대찌개 조리법들이 있는데,
미리 다 넣으면 정말 이 찌개 먹을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양념장과 재료들을 넣은 국물이 끓었을 때,
그러니까 중불에서 15-20분 정도는 내용물을 끓여주고 맛을 본 뒤, 싱겁다고 생각될 때에
소금이나 간장 대신 김칫국물을 넣어 간을 맞추고 감칠맛을 끓어올리면 좋다.
집에 있는 인스턴트라면이라고는 짜파게티와 너구리 뿐이어서
너구리를 넣었다. 기생충 열풍에 한인타운에 갔을 때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한 팩씩 사왔더니
집에 웬걸. 신라면이 없다.
치즈 한장을 무심한듯 냄비 정 중앙에 얹어주고 불을 껐다.
부대찌개 완성이다.
오늘의 한끼는 부대찌개 정식이다.
부대찌개와 함께 먹을 반찬으로는 전날 먹고 남은 계란말이와,
식당에서 먹던 부대찌개가 차려진 식탁을 떠올리며 급조한 오뎅볶음, 그리고 양배추사라다.
부대찌개 자체가 워낙 간이 센 메뉴이기에 김치는 두지 않았고, 슴슴한 반찬 몇 가지만 차려서 먹었다.
나라마다 확실히 스팸의 맛이 다르다. 라이센스를 받아서 각 나라 식품 기업들이 제조하는 스팸이다 보니, 내용물로 사용되는고기의 질이 달라서 그런지 식감도 다르고 염도도 다르다. 한국, 영국, 일본, 독일에서 스팸을 먹어 왔지만 확실히 개인적 취향은 적당히 짭조름하고 탱탱한 식감이 남아 있는 한국 스팸이 제일이다. 영국의 스팸은 탄력 없이 잘 으스러졌고, 일본에서는 염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 제품을 판매하는데 짠 놈은 정말 입에 댈 수가 없고, 그나마 주먹밥이 그려져 있는 저염 제품도 한국인인 내 입맛에는 유독 짜다. 갑작스런 한국스팸의 예찬으로 급하게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혼자지만 맛있게, 또 푸짐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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