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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e]모던보이

1. 인생의 맛/Book & Film

by Patti Kim 2008. 10. 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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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모던보이'는 개봉 2주째 주말 3위로 떨어졌다. 무려 403개관에 내걸렸지만 8만9천84명(10.1%)을 모으는 데 그쳤고 누계는 61만5천852명이다. 보통 상업영화보다 2배가량 많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대작이지만 개봉 2주 만에 관객수가 뚝 떨어져 100만명 돌파조차 힘겨워 보인다....



 다수결의 원칙은 언제든 통하는 무조건이 아니다



 개봉 1주에 박스무비 1위를 차지했다는 말에 '모던보이'를 만났다. 상영 내내 필름의 길이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정도일거라 단정 지었지만 두 시간도 채 안될 정도로 짧은 영화였다. 김혜수, 박해일이라는 배우와 정지우라는 감독이면 초호화 캐스팅인데, 이 영화는 무엇을 기대하고 제작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TV만 틀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만 열면 한 동안 배우 김혜수가 영화를 위해 춤을 배우고 노래를 하고, 박해일은 연기 변신을 하고... 이렇게 떠들던게 무색할 정도였다. 기본적으로는 시대극? 사극이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지 시대적 배경만을 이용한 감독은 사회 안에서 사랑과 욕망을 엉켜놓은 듯 했다. 조난실(김혜수)와 이해명(박해일)이라는 인물과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와 총독부 직원이라는 사회적으로 대립되는 인물을 설정하여 시대라는 벽을 두고 나누는 사랑과 역경, 그리고 결말. 이게 전부다. 

술집에서 춤추는 댄서 난실을 처음 본 해명이 단박에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억지 설정은 두시간 남짓 영화를 이어 나가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갑자기 난실은 해명에게 도시락 폭탄을 싸주고 집을 몽땅 털어 달아나 버리고 해명은 그녀없이 못산다는 애절함에 그녀를 찾고... 대체 왜 그런 것일까? 이 영화에 던지는 질문은 과연 장르가 어떤 설정인가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전혀 '모던보이'라는 필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초반에는 난실이 여러가지 가명을 쓰고 다양한 직업을 지니고 있으면서 춤과 노래, 매혹적인 눈빛으로 관객들마저 유혹한다. 해명이 그녀에게 빠져 패가망신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그녀를 위해 애쓰는 장면은 김혜수를 팜므 파탈의 모델로 보이게 한다. 그렇지만 영화의 뒷 부분에서는 조국을 버릴 수 없다는 말과 살고 싶다는 말 만을 읊조리는 그녀는 단순한 독립운동가이다. 무명 저고리에 무릅까지 올라오는 저고리를 걸치고 댕기를 땋고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우리의 유관순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영화는 계속해서 난실의 남편인 테러 박을 찾아보라는 퀴즈를 관객에게 던지고 조용히 흘러간다. 내가 감성적이지 못한 것인지 영화가 진부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나는 이 영화의 장르를 판단하지 못했다.

영화에서 보여준 비주얼은 인정한다. 일제 강점기에서의 해명의 세련된 패션과 신식 가구들, 핍박 받던 천주교도들과 명동성당...아, 잊고 있었지만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머릿속에 '셋트장이구나, 저렇게 엉성할거라면 비용 줄이고 그래픽 효과를 사용했겠다. 나같으면'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난실의 생각지도 못했던 누드장면도 깜짝 놀랐지만, 그녀가 이효리가 아닌지라 관객들도 그리 반응은 없었다. 남산 음악당과 숭례문, 서울역, 총독부 주위는 주황과 빨강색이 얽혀 핏빛으로 허우적거리는 어지러움과 혼란의 시대라는 면모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모던보이를 향한 나의 의문은 영화제목이다. 모던보이는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말일까? 남자 주인공이라고 불리우는 박해일의 모습은 여자에 빠져서 풍요로운 삶과 안락함을 다 버리는 찌질이일 뿐인데...세련된 패션만을 소개하려면 캐스팅 미스일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보여준 것일까, 연인의 안타까운 사랑을 말하는 것일까. 건국60주년 기념의 웅장한 스케일 시대극이었다면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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