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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izacao]불타는 아마존

2. 여행의 맛/Brasil

by Patti Kim 2008. 8. 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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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형인 아마존 남벌
곳곳에서 불법 남벌이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다

아마존 우림 파괴는 대개 불법 벌목부터 시작된다. 사실 벌목이 마호가니와 벚나무 등 값비싼 경질 목재를 얻기 위한 시도만으로 그친다면 피해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아마존 우림의 파괴 원인을 분석해보면, 합법이든 불법이든 벌목으로 인한 피해는 전체의 3%에 그쳤다(그래프2 참조). 마호가니와 벚나무가 아마존 어디에나 자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벌목이 대개 더 큰 파괴적 행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일단 밀림 한가운데서 불법 벌목한 목재를 실어내려면 도로가 필요하다. 불법 벌목이 불법 도로 건설을 낳는 것이다. 브라질 북부의 아마조나스·파라·마투그로수주를 관통하는 수많은 도로 가운데 브라질 정부가 건설한 트랜스 아마존 하이웨이와 논란이 많은 BR-163 도로를 제외한 대다수 비포장도로는 이렇게 만들어진 불법 도로다.

“불법으로 베어낸 경질 목재는 실어내기만 하면 돈이 됩니다. 당연히 여기서 수익이 생기겠죠. 그 돈으로 더 넓은 우림을 무차별적으로 잘라내고 훼손하는데, 이때 소를 방목하는 겁니다. 이렇게 소를 4~5년 정도 풀어놓고 나면 우림이 대충 다듬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을 지르는 거죠. 방화는 농작물을 심기 위한 마지막 ‘청소’ 과정입니다.”

일본계 3세인 마투그로수 주정부 이바마의 유고 미야카와 부소장은 아마존 파괴의 전형적 수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간단히 말해서 아마존 우림 파괴는 벌목으로 시작해서 방화로 끝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아마존 우림은 대개 농지로 변한다. 키 큰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정글은 사라지고 대규모 콩밭이나 사탕수수밭이 펼쳐지는 것이다. 풀과 작은 나무가 드문드문 나 있는 사바나로 방치되는 건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아마존 우림의 가치를 회복할 길은 없다.

마투그로수주는 인근 파라주와 함께 브라질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그래프3 참조). 마투그로수주가 불법 벌목꾼과 무단 토지점유자들에게 표적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콩과 소 때문이다. 대두와 쇠고기는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목들이다. 생산량에서는 대두와 쇠고기 모두 브라질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수출량으로 따진다면 역시 둘 다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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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인 7~9월 화재 집중

지난해 국제 농축산물 시장에서는 대두와 쇠고기 가격이 크게 올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브라질이 지난해 대두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113억달러에 달했다. 쇠고기 수출도 호황이었다. 역시 지난해 브라질의 육류 수출은 전년과 비교해 30.7%가 증가한 112억달러를 기록했다.

대두와 쇠고기 수출로 재미를 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마투그로수와 파라주의 아마존 우림은 맹렬히 타들어갔다. 지구의 벗(Friends of Earth) 등 국제 환경단체들은 2007년을 브라질 아마존 우림 최악의 해로 기록했다. 그만큼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많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특히 건기인 7월부터 9월까지의 화재 발생이 극심했다. 브라질에서는 이 기간을 흔히 ‘불타는 계절’(burning season)이라 부른다. 마투그로수주에서는 지난해 불타는 계절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가 훨씬 넘는 화재가 발생했다. 다국적 위성인 테라(Terra) 위성이 측정한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관할 아마존 우림에서는 5만729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쿠아(Aqua) 위성은 이보다 더 많은 7만2329건을 보고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아마존 우림이 콩밭과 소 방목지로 변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이중의 질곡으로 작용한다. 우선 둘 다 우림을 황폐화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마존 우림이 스스로의 증산작용으로 비를 만들어냈던 것에 반해 콩밭과 소 방목지는 오히려 가뭄을 촉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콩밭에서 인근 강으로 스며드는 독한 농약은 원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소는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를 배출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촉진한다. 실제로 지난 6월 브라질의 카를루스 밍크 환경장관은 “아마존 우림 파괴의 주범인 ‘악당 소’(rogue bull)를 몰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악당 소란 불법 목초지에 방목된 소를 가리킨다.

시노피를 출발한 지 3시간여 만에 알루이시 반장 옆 좌석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이바마 요원 카나바호(50)의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이 삐익삐익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이날 작전팀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브라질 국립환경연구소(INPE)의 실시간 아마존 파괴현장 감시시스템(DETER)이 포착한 우림 훼손 현장을 직접 확인한 뒤 수사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GPS가 가리킨 곳은 루카스두히우베르지에서 동쪽으로 한참 들어간 지점이었다. 막상 현장은 말끔하게 정리된 농지가 대부분이었다. 농지 한쪽에 불에 탄 채 방치된 밀림의 흔적이 보였다. 알루이시 반장의 손가락이 그곳을 짚었다.

“지도를 보면 2006년 1월까지 여기서부터 저쪽까지 모두 울창한 밀림이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2월 DETER 자료를 보니까 훼손된 것으로 나와 있어요. 이 일대 91ha(27만여 평)가 모두 보호지역이었는데….”

알루이시 반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미 수년 전부터 불법 개간이 이뤄졌다는 증거였다. 그는 “저쪽 불에 탄 채 방치된 밀림은 그나마 그대로 두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보호구역을 버젓이 농지로 개간해버린 불법 토지점유자가 가늘게 숨쉬고 있는 밀림을 그대로 놔둘 것 같지는 않았다.

벌금 제도 실효성 의문

트랙터 운전기사 루이스(24)는 현장에서 수km 떨어진 오두막에서 여자친구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알루이시 반장 등 단속요원들이 찾아가자 해먹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루이스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20일이 채 되지 않았다. 이 땅이 원래 푸른 아마존 우림이었다는 사실도 그는 몰랐다. “15일은 여기서 일하고 15일은 밖에서 쉬기로 하고 들어왔는데요. 소개해준 사람은 있지만 토지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알루이시 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개해줬다는 사람의 연락처와 간단한 인적사항을 확인한 채 발길을 돌렸다.

“아마존 우림을 훼손하면 벌금을 물립니다. 허가받지 않고 우림을 개간하면 ha당 1500헤알(원화 98만원), 보호지역을 훼손하면 5천헤알(원화 324만원)의 벌금이 나갑니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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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알루이시 반장부터 회의적이었다. 아마존 우림 불법 개간 실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의 고민에 동의한다. 우선 감시시스템이 훼손된 아마존 지역을 포착한다 해도, 땅 덩어리가 워낙 넓다 보니 접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헬기나 차량 등을 이용해 가까스로 현장에 접근한다고 해도 벌목꾼 등을 만나기가 어렵다. 밀림 개간 작업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몇 년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된다. 나무를 베어낸 뒤 사라졌다가 잠깐 돌아와 소를 풀어놓고 또다시 사라지는 식이다. 불법 벌목꾼이나 목장주를 ’우연히’ 마주쳐 벌금을 부과한다고 해도, 그 사람을 다시 마주칠 확률은 더욱 희박하다. 당연히 벌금 납부율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1500명에 불과한 이바마 인원이 그 넓은 아마존을 관리하기란 불가능하다.

알루이시 반장이 마지막으로 한 곳을 더 가보자고 제안했다. 이바마의 4륜구동 승합차는 자꾸만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격정적인 운행이 끝났고, 단단하게만 보였던 이바마의 차량은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거칠게 자란 숲이 앞을 막았다. 알루이시 반장이 GPS와 위성판독 자료를 들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GPS를 보면 여기서부터 700m를 더 가면 밀림 훼손 지역이 있다고 나오는데,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밀림을 헤치고 전진할 장비가 없습니다. 더 이상은 위험할 것 같은데, 그만 철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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